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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 합격 수기

  1973년 따스한 봄날 세무공무원 합격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던지 온밤을 지세웠던 시절!

  청운의 꿈을 간직하고 1973. 8. 3. 국세청 세무공무원 교육원 피교육생으로 6개월간 교육을 받았다.  그 지루한 교육생활을 끝내고 1974. 1. 20. 북부산세무서 법인세과에 첫 발령을 받았다.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천직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뛰었다.  그리고 얼마 안가서 국방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1975~1977년까지 휴직하였다.  3년간 병역을 필하고 1978년 동래세무서 부가가치세과로 복직 발령을 받아 승진에 승진을 거듭하여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였듯이 천직으로 여겼던 확고한 내 마음도 서서리 달라지게 되었다.  세무공무원 10여 년간 생활은 자꾸만 직장에 대한 절망감과 회의감으로 나를 엄습해 왔다.  기차를 타나 버스를 타나 택시를 타자 걸을 때나 언제나 대로변 높은 빌딩에 붙어 있는 "세무사○○○사무소"라는 간판을 볼 때면 부러움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말 자신을 마음껏 불태워 보고 싶은 자유직업이라 생각했다.

  그후 세무사 시험에 응시를 하였으나 한결같이 1시간 이상의 시간부족이었다.  그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게으름과 실력부족에서 오는 당연한 결과였다.

  1984년 3월 청운의 꿈을 다시 품고 수도권 우수인력전보에 희망하였다.  "사람이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이 나면 제주도로 보낸다"는 옛 속담이 있듯이 뭔가 생활의 변화를 주고 싶은 강열한 충동을 느꼈다.  우수인력이란 명목으로 중부지방국세청 북인천세무서 부가가치세과 조사계 차석으로 보직을 받았다.  처음 몇 개월간은 정이 들지 않아 서먹서먹하였으나 경상도 특유의 오기로 신고계를 평정하고부터는 정말 세월 흐르는 줄 모르고 직원들과 재미 있고 화목하게 지냈다.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듯이 갑자기 1985년 9월 정기인사 때 서울지방국세청 남부세무서(현 동작서)부가가치세과 조사계로 보직을 옮기게 되었다.  자꾸만 지난날의 즐거웠던 시절이 생각나서 또다시 잊어버렸던 회의감이 나 자신을 괴롭혔다.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다가 어느날 공무중 그만 근무태만, 품위 손상으로 5명이 교호감찰에 적발되었다.  반장급 3명은 중징계로 정직 3개월 반원 2명은 경징계인 譴責(견책)으로 징계처분을 받았다.

  사물함을 정리해 정들었던 사무실을 등지며 동료직원의 동정어린 눈초리와 위로의 말을 들으며 일일이 악수를 하고 3개월 후에 다시 만나자고 하니 서러운 눈물이 앞을 가리어 소리없이 울었다.

  1986. 5. 26.~1986. 6. 26. 약 30일 동안 남부세무서의 그 악몽같은 사건으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으로 위장이 많이 악화되어 종합병원에서 1개월 가량 치료를 받았다.

  집에서 지내는 3개월 동안은 매일 10시간씩 회계학만 집중적으로 연구하였다.  우리 인생에서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는 굳은 신념으로 이를 악물고 책과 씨름하다보니 어느덧 공부는 나에게 있어서 생활의 전부가 되어 있었고 취미생활로 굳어져 갔다.  책을 펴면 마냥 즐겁고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편히 잠자리에 들지 못할 정도로 책을 가까이 했다.

  어느덧 3개월이 지나자 남부(현 동작)세무서로 복직발령이 났다.  민원실에서 아무런 보직없이 1개월의 지루한 세월은 긴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었다.  다시 삼천포세무서 총무과 징세계 차석으로 낙향좌천되었다.  2개월 후는 행정계 차석으로 또 6개월 후는 민원실장으로 보직되었다.  죄인은 시키는대로 아무 불평없이 따라야만 했다.

  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공기 좋고 물 맑은 삼천포가 정이 들었다.  차분하고 조용한 마음으로 책을 벗삼을 수 있으니 정말 즐거웠다.  촌각을 다투며 바둥거리던 도시생활에 비하면 여기는 낭만적인 전원생활이었다.  그러나 조그마한 3급지 시골 세무서라도 행정계 업무만은 꽤 많아서 사무실에서 책을 본다는 것은 무리였기에 단념하고 매일같이 새벽 3~7시까지 맑은 정신으로 집중적으로 실력을 연마하였다.  

  밤공부까지 한다면 건강이 허락하지 않았기에 취침은 9시 이전으로 했다.  꼭 합격해 보겠다는 굳은 신념으로 공부를 계속하다 보니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어 갔다.  체중이 46Kg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몸을 돋우는 한약을 달여 먹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제24회 시험에서도 낙방하면 허약해진 이런 몸으로 더 이상 공부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4시간 동안 시험지를 풀어보는 순간만은 무아의 경지에서 오직 문제풀이에만 정신을 집중시켰다.  한 교실에 1명의 합격자만 나온다고 생각하니 자신감이 없었다.  마지막 종소리가 울리자 여지껏 쌓였던 피로가 엄습해 오면서 현기증이 났다.  버스는 지나갔으니 합격자 발표일까지는 모든 것을 잊어 버리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느덧 합격자 발표일이 다가왔다.  전날밤 나는 특별한 꿈도 꾸지 않았다.  사무실에 앉아 있으니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왔다.  세무공무원 교육원에 나 스스로 합격자 명단을 확인할 용기가 도무지 나지 않았다.  망설이고 있던 중 앞좌석 직원, 아니 언제나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김치동 씨가 교육원에 신호를 넣었다.  "부산 60131 나한수" 하니 상대가 "생년월일이 1954. 5. 2. 생입니까?"라는 대답이 들렸고 긴장된 나의 가슴은 더욱 더 조요왔다.  그리고 마침내 "형님 합격입니다."라는 소리를 듣고는 저 높은 하늘을 날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동안의 악몽같은 고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도 기다리고 꼭 하고 싶었던 세무사가 되었으니 정말 가슴 뿌듯하였다.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게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었다.  사랑을 할 때만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는 진리가 거짓임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어린 아들에게 아빠노릇 못하고 공부한다고 즐거운 봄나들이 한 번 못해준 부인에게 정말 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감사하였다.

   




나한수 세무회계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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