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한다는 말
詩 곽혜란
사랑합니다
쉬운 이 말 한 마디를
당신에게 고백하기에
표현이 너무 서툽니다
말 하려고 하면
그만 쑥스러워져
입 안으로 삼키어
다시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말
사랑합니다, 그 말 대신
밥 먹었느냐-
추운 날 따뜻하게 지내라-
비 오는데 당신 뭐해-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그냥 전화해 봤어요-
물론 사랑이 골자(骨子)인 말이긴 하지만
표현은 늘 시시하고 촌스러워집니다
사.랑.합.니.다
다섯 글자로 발음하는
따뜻하고 세련되고 쉬운 말은
쉽게 하지 못하고요</b>
memo:사랑이라는 말이 홍수처럼 범람하는 세상입니다만,
이 말을 꼭 필요할 때 꼭 필요한 사람에게 우리는 하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
다.
늘 가까이에서 기꺼이 동반자가 되어 주고 지지자가 되어 주는 사람이라든가,
무조건 주기만 하고도 더 줄 것이 없나 노심초사하시는 부모님이라든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나를 필요로 하고 성장하는 자식들이라든가,
피를 나누고 오래 한 솥 밥을 먹고 자란 형제들을 분명 사랑하면서도
말로는 사랑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사랑이라는 말이 일상에서는 표현하지 못하고 일탈에서만 가능한 말이 되지
않도록
가끔은 자신을 점검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겠지요.
<
|